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2001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역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일본 영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개봉 이래로 3억 9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뿐 아니라,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상,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등 수많은 상과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해당 부문에서 우승한 최초이자 유일한 비영어권 영화라는 점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줄거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치히로네 가족이 이사를 가는 길에 버려진 놀이공원을 우연히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놀이동산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지로 변하는 저주에 걸리고, 겁에 질린 치히로는 놀이공원 안쪽으로 도망칩니다.
놀이공원 안쪽에서 유령들의 행렬을 마주치고 몸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던 치히로는 수수께끼의 소년 하쿠를 만납니다. 하쿠는 부모님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마녀 유바바가 운영하는 목욕탕에 취직하라고 조언합니다. 이에 치히로는 가까스로 목욕탕 일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인간인 치히로를 거부하고 차별하는 목욕탕의 수많은 직원들과, 치히로를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는 마녀 유바바, 그리고 처음엔 호의적이었지만 갈수록 비틀린 욕망을 표현하는 가오나시까지 치히로가 해결해야 할 관계는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치히로에게 호의적인 가마할아범, 처음엔 경계했지만 갈수록 마음을 열고 진짜 동료로 대해주는 린과, 힘에 부칠 때면 언제든 나타나 도움을 주는 하쿠까지 그녀에게 호의적인 인물들도 많습니다. 치히로는 많은 도움을 받아가며 위기를 극복하고 부모를 구출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게 됩니다.
가오나시의 의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오나시'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입니다. '가오나시'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얼굴 없음'을 뜻합니다. 이를 표현하듯 가오나시는 가면 같은 얼굴에 검은 망토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가오나시는 받아들여지길 바라지만 오해받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처음의 온화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가오나시의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욕구를 흡수하면서 점점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그는 치히로에게 흥미를 느껴 금과 선물을 주고 호감을 표현하지만, 받아들여지지 못하자 결국 폭력적인 행동으로 목욕탕에 소동을 일으킵니다.
가오나시는 욕망의 위험성과 탐욕의 파괴적인 성격을 상징합니다. 그는 물질주의적 욕망이 개인의 정체성을 얼마나 소모시킬 수 있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나타냅니다.
이후 가오나시가 결과적으로 제니바의 집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인간 본성의 외로움과 진정한 연결의 중요성이라는 주제가 강화됩니다. 치히로 및 다른 캐릭터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그는 수용, 성취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배웁니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 문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민속,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일본 문화 요소가 풍부합니다.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일본 문화 중에서도, 대표적인 두 가지는 이렇습니다.
< 첫 번째 : 목욕탕 문화 >
영화의 주된 배경은 목욕탕입니다. ‘온천’으로 알려진 이 대중목욕탕은 일본 전통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온천은 휴식, 정화, 사교를 위한 공동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하며, 일본에서 문화적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속의 온천은 영혼과 신들이 목욕하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찾아오는 떠들썩하고 환상적인 시설로 묘사됩니다. 이는 천연 온천에 대한 일본의 존경심과 물의 정화능력, 치유력에 대한 믿음을 반영합니다.
또한, 온천 내에서도 위계질서와 에티켓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온천에 찾아오는 신의 지위에 따라 지급하는 약탕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것이 예시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목욕과 관련된 위계질서는 일본의 전통 관습과 사회 규범을 반영합니다.
< 두 번째 : 요괴와 ‘카미’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일본 민속문화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신화 속의 생물과 영혼이 등장합니다. 영화에는 강의 신, 무 정령, 개구리 요괴 등을 다양한 신화적 생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생물들은 자연 현상, 동물, 식물 등 자연요소에는 모두 각자의 신이 있다고 믿는 일본의 종교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카미’, 즉 신은 일본의 토착 종교인 ‘신도’에서 존경받는 존재입니다. 치히로를 돕는 수수께끼의 소년 하쿠는 강의 정령으로 밝혀지며 영화 속에서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 요괴와 ‘카미’의 존재가 다수 등장하는 것은 일본 문화만의 특색을 살리며 한 편의 일본 동화 같은 차별성을 가집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이 작품은 개인의 성장과 변화의 과정을 강조합니다. 주인공 치히로는 나약한 소녀에서 스스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이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내면의 힘과 용기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은 정체성의 유연성을 강조합니다. 치히로, 가오나시 등의 캐릭터가 겪는 과정을 보여주며, 변화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자연의 정신과 영혼이 나타나며, 인간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의 중요성과 자연과 인간이 상호 의존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