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는 2016년에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장편 영화입니다. 역사 스릴러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에는 재산을 상속받은 부잣집 아가씨,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가짜 백작, 그리고 가짜 백작에게 고용되어 부잣집에 잠입하는 가짜 하녀가 등장합니다. 아가씨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건은 총 3부작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줄거리
주인공 ‘숙희’는 기술이 좋기로 유명한 도둑입니다. 그녀는 다른 도둑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수익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지와라 백작’이 그들의 아지트를 찾아옵니다. 그는 그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보수를 후하게 쳐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 계획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을 예정인 일본 여자 ‘히데코’ 와의 결혼을 성공한 후, 히데코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후 재산을 가로채는 것입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숙희는 후지와라 백작에 의해 가짜 하녀로 히데코의 저택에 잠입하게 됩니다.
저택으로 간 숙희는 히데코와 첫 대면을 하고, 히데코의 아름다운 외모에 내심 놀랍니다. 히데코는 숙희에게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지만, 거짓말만은 하지 말라는 말을 남깁니다. 이후 숙희는 히데코의 저택 생활을 도우며 전속 하녀로 일하게 됩니다.
히데코는 저택의 주인인 이모부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모부는 사실 조선인이지만 출세하고 싶은 욕망에 일본인과 결혼을 하고 개명을 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아내와 사별하고, 히데코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처조카인 히데코와 약혼을 했습니다. 히데코는 그런 강제적인 약혼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히데코의 처지를 가엾게 여긴 숙희는 점점 히데코에게 정을 주기 시작합니다. 히데코 또한 함께 생활하며 숙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숙희가 본래 저택에 들어온 목적은 후지와라 백작이 히데코와 결혼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숙희는 갈등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후지와라 백작은 히데코와 몇 번의 만남을 가진 후 함께 일본으로 도피하여 결혼하자고 권유합니다. 이모부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설득하자, 히데코는 숙희도 함께 일본으로 데려가는 조건으로 수락합니다. 이후 세 사람은 이모부가 저택을 비운 틈을 타 일본으로 도주하게 됩니다.
영화 ‘아가씨’ 속 숨은 의미들
영화 ‘아가씨’ 에는 다양한 상징과 복선이 숨어있습니다. 화려한 미술적 요소가 두드러진 영화인 만큼 다양한 소품들이 상징물로 활용되는데, 그중 몇 가지는 이렇습니다.
< 이모부와 히데코의 ‘장갑’ >
극 중 이모부와 히데코는 저택에서 생활하는 내내 장갑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모부가 본인이 아끼는 서적들이 상하지 않도록 장갑을 착용하게 시켰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런 이유이나, 이는 곧 히데코를 향한 속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저택을 벗어난 후에도 히데코는 계속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영화의 최종장에서 숙희와 함께 배를 타고 해외로 도피할 때 비로소 히데코는 장갑을 벗어던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도피를 통해 이모부로부터의 정신적인 속박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 숙희의 ‘골무’ >
영화의 중반에는 숙희가 히데코의 목욕시중을 들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숙희는 히데코 입 안의 이를 골무로 갈아줍니다. 여기서 ‘날카로운 이빨’은 히데코의 입 안에서 히데코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로, 이는 이모부가 강제로 음란 소설을 낭독하게 시키는 행위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숙희가 손수 골무를 사용해서 갈아주고,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은 숙희가 히데코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불편하지 않도록 치유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 ‘아가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과 호응을 얻은 영화입니다.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와 수려한 미술적 기법,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북미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총 19개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작품성과 별개로 압도적인 수위에 불쾌감을 표하는 관객들도 많아,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는 편입니다.
영화 ‘아가씨’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높은 수위를 어느 정도 감수해서라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객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