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으로 2006년에 개봉했습니다. 작품의 원작은 P.D. 제임스의 소설로, 전 인류가 불임으로 새로운 인류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세계관에서 진행되는 SF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성공적인 수익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이후 다양한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며 점차 명성을 높여갔습니다. 지금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SF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전 인류가 불임으로 새로운 인류가 태어나지 않는 2027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인류 마지막으로 태어난 아이 ‘디에고’가 살해당하며 안 그래도 고단한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집니다. 인류의 불임 위기에 맞물려 세계는 테러와 내전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나라가 분열되고, 그나마 기능을 하고 있는 정부는 영국이 유일합니다. 주인공 테오는 정부 소속의 ‘동력자원부’의 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테오는 공허한 삶을 견디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테오는 퇴근길에 납치를 당하고, 과거 사회운동가로 활동할 때 함께했던 전처 줄리안과 재회하게 됩니다. 줄리안은 반정부 단체인 '피셔즈'의 일원으로 테오에게 협력을 구합니다. 그 내용은 이들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믿는 소녀 ‘키’를 안전한 장소까지 인도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인 테오와 줄리안은 ‘피셔즈’ 단체와 함께 영국 정부의 감시를 피하며 소녀를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이동 중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으며 줄리안이 사살당합니다. 가까운 이를 잃는 고통을 감내하며 아지트까지 이동한 테오와 피셔즈 일원들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고민하는데, 이 와중에 소녀 ‘키’는 테오에게만 따로 ‘내일호(tomorrow)’에 탑승할 수 있도록 데려다 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테오는 당황했지만 곧 소녀 ‘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줄리안이 말했던 막대한 임무에 대해 이해합니다. 무엇보다도 소녀 ‘키’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테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두 가지 명장면
첫 번째, 차량을 타고 도주하는 롱테이크 장면
'칠드런 오브 맨'의 롱테이크 장면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장면은 테오와 줄리안이 소녀 ‘키’를 데리고 도주하는 과정을 원테이크로 촬영한 것입니다. 약 7분 동안 이어지는 원테이크 장면은 카메라가 차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나와 도로를 달리면 테오와 줄리안이 경험하는 모든 상황을 긴박하게 담아냅니다. 탈출 당시의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흡인력 있게 표현하여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고, 기술적으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 모두가 전투를 멈추는 장면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1분 남짓의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입니다. 영국군과 피셔즈의 반군들이 서로 사격을 하고, 수많은 민간인들과 군인들이 이에 목숨을 잃는 긴박한 상황에서 테오는 갓 태어난 ‘키’의 아이를 데리고 이동합니다. 아이를 확인한 영국군은 이동을 허가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든 군인들은 전투를 멈추고 아이를 바라봅니다. 민간인, 군인 모두의 시선이 갓난아이에게로 집중된 상황에서 그들의 표정에는 경악, 놀라움, 경외감, 환희 등의 다양한 감정이 드러납니다. 생명의 탄생, 인류의 희망 앞에서 사람들은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하나가 됩니다. 이 장면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차별 앞에서 인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류에게 닥쳐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저출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몇몇 국가 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전이 진행되며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가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들은 머지않아 영화의 내용이 진짜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신빙성을 더합니다.
또한, '칠드런 오브 맨'은 인종차별과 이민 문제 등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합니다. 영화에서는 인류가 멸종의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차별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남아있는 인간의 이타심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합니다. 임신한 소녀 ‘키’를 보며 본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음에도 그녀를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주인공 테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 일제히 사격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는 군인들은 인류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있을지라도 그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이타심이 남아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각박할지라도, 아직은 인류에게 이타심이 있기에 희망을 가져도 된다. 그렇지만 이런 이타심이 아직 남아있을 때 우리는 인류에게 직면한 차별과 분쟁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렇게 풀어볼 수 있습니다.